지난 해부터 아이들 앞에서 TV를 보지 않다가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면 아내와 오붓하게 TV를 봅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컴퓨터를 하다가 재밌다고 기억했던 드라마만 골라 보고 아내는 무엇에 홀린 듯이 맘놓고 못보던 TV를 모두 외우려듯이 쳐다 봅니다.
갑자기 TV화면이 모자이크처럼 일그러지고 멈칫거립니다. 창밖에서 콩 두드리듯 장맛비가 폭포수가 되어 우리동네 위성 안테나에 모자이크 자국을 남기는 모양입니다. (잘 됐구나. 컴퓨터나 해야지) 아내가 찌짐~하며 만들어준 파전 부침개 속에서 오징어를 피해 밀가루 알맹이와 파릇한 순수 파전만 발라서 막걸리를 즐겨 봅니다. 맨날 먹는게 술이라지만 매일 먹어도 술자리는 새롭고 기분이 푸근합니다. 이렇게 살아가던 어릴적 기억속 아저씨들의 습관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에, 내가 기억도 없던 4살적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오늘처럼 비가 쏟아지면 이런 술자리를 즐겼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오승탁이 아빠를 똑 닮아 이쁜 짓 미운 짓을 멋대로 하듯이 나의 돌아가신 아버지도 내가 물려받았던 것처럼 즐겼을 것입니다.
젊게 살아가려고 남다른 노력을 해도 거울을 통해 내 눈에 발각되는 흰머리는 하느님도, 아이들도, 꼬부랑 모친도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이빨도 누렇게 부실해지고, 어깨죽지도 가끔씩 뻐근해지는 현상을 그저 그렇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오늘 같이 술 기운에는 거부하고 싶습니다.
일이 바빠지고 머리도 더 피곤해져서 가끔씩 큰 소리를 버럭 지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맨날 이렇게 정신없이 살어야 쓰겄어!!"라고.. 그럴 때 일수록 책에서는 자신이 인생을 리드해 가라고 하는데 요즘 세대일수록 힘든 것, 어려운 것, 알 수 없는 미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기분 좋게 살아야겠습니다.
오늘은 비와 함께 특별하게 막걸리와 파전을 기울이다가 이상한 이야기를 남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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